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한 아버지, 그리고 전화를 받은 경찰이 나눈 대화입니다.
2021년 방영한 JTBC 드라마 <괴물>에 나온 장면이지만
이는 단순히 작품 속에만 등장하는 상황이 아닌 우리가 실제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번 음파음파에서는 실종에서의 차별, 실종아동법의 한계를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조유나 양 일가족 실종사건과 가양역 김가을 양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조유나 양 일가족 실종사건, 일가족 실종이지만 공개된 사진은 아이뿐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겠다며 교외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한 뒤,
전라남도 완도에서 행방이 묘연해졌던 조유나(10) 양 가족이 실종된지 한 달여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가족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 실종된 이들을 찾기 위한 결정적 단서는 매우 부족했습니다.
일가족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영상과 핸드폰 위치 추적,
그리고 경찰청을 통해 공개된 조유나 양의 얼굴이 전부였습니다.
실종된 사람은 3명이었지만 공개된 얼굴은 오로지 아이 한 명 뿐인 상황,
조유나 양 일가족 실종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실종법의 실태가 또 한번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양역 김가을 양 실종 사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김가을 양과 가족의 고통
지난달 27일,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20대 김가을(24) 양이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범죄, 극단적 선택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김가을 양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가을 양의 언니는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하여 제보 전화를 받으며 동생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가족이 나서서 개인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며 제보 전화를 받고
김가을 양의 얼굴과 당일 옷차림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유나 양 일가족 실종 사건을 포함하여 가양역 김가을 양 실종사건의 수사 과정 또한 우리나라 실종법,
즉 실종아동법의 한계를 드러내보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의 실종법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실종에도 차별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현행법상 실종과 관련된 법적 근거는 오로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만 존재합니다. ‘실종아동법’이라고도 불리는 해당 법률에서 이야기하는 실종아동등이란, 실종 당시 18세 미만 아동, 장애인복지법상 지적장애인, 치매관리법상 치매환자 등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인의 경우 실종신고를 하더라도 뚜렷한 단서가 없는 이상 신상공개를 포함한 위치추적 등이 아동처럼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종된 성인을 찾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기에 신고된 성인은 ‘실종자’가 아닌 ‘가출인’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조유나 양 일가족 실종 사건의 경우 실종된 사람은 아이와 부모 3명이었지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 한명 뿐이었던 것도 실종아동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경우였습니다. 부모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우리나라엔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 모두의 얼굴과 함께 그들의 신상이 공개되었더라면 더욱 빨리 일가족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대중의 안타까움과 함께 실종 사건은 가슴 아픈 결말로 종결되었습니다.
아직 행방이 묘연한 채로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가양역 김가을 양 실종 사건은 가족의 애타는 노력과 함께 수색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알려진 김가을 양의 얼굴과 옷차림은 가족들이 직접 공개한 김가을 양의 모습입니다. 성인의 경우 아무리 실종 신고 접수가 되었다 하더라도 신상 공개가 불가하다는 점에 때문에 가족들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김가을 양의 언니는 개인 전화번호까지 공개하여 가을 양과 관련한 제보 전화를 직접 받으며 동생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동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종자가 성인일 경우 가족들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실종자 찾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입니다. 김가을 양의 언니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더욱 애타는 마음으로 제보 전화를 기다리고 있지만 개인 전화번호 공개로 인해 오히려 2차 피해가 발생하여 가족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장난 제보와 더불어 가족을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악의적인 메시지 등으로 인해 김가을 양의 언니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였고, 결국 전화번호를 바꾸기로 했음을 개인 sns를 통해 알렸습니다. 동생을 찾기 위한 언니의 노력은 자꾸만 무너지고 있으며 가족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집니다.
매년 실종 신고된 성인이 18세 미만 아동에 비해 많게는 6배가량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성인 실종 수색은 늘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제도적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신고는 6만 6259건으로 이 중 사망자는 1445명, 미발견자는 577명이었기에 성인 실종법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과 성인의 경우단순 가출과 범죄 연루 가능성의 경계 모호함으로 인해 성인 실종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종 수사 진행과 개인 권리존중 사이의 논란이 만들어지고, 끊임없이 성인 실종법 제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실종된 성인을 찾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황 속에서 매년 수많은 성인이 실종되고 있으며, 하루빨리 그들을 찾기 위한 애타는 노력은 오롯이 가족 혹은 실종자 지인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속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 또한 그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되어오고 있습니다.
똑같은 실종, 감히 크기를 비교할 수 없는 남겨진 이들의 애타는 마음과 고통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 무게를 비교하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실종에도 차별이 일어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알 수 없는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실종의 아픔이 서로 다른 대우를 받지 않는 사회가 다가오기를 바라며 이번 주 음파음파 글을 마칩니다.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김가을(24) 양이 가족의 품으로, 친구들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파동이 함께 기도합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207060924140732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219070&code=61121211&cp=nv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417366632392552&mediaCodeNo=257&OutLnkC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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