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실종사건의 걸림돌
: 우리 사회의 실종 수사 과정에 대한 검토가 절실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느덧 5월 가정의 달도 중순에 접어들었습니다.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에 맞게 5월엔 행복과 어울리는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들도 모두 즐겁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셨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5월엔 가족과 행복을 ‘나누는’ 날 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행복, 기적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날도 있습니다.
바로 5월 25일, 실종아동의 날입니다.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를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실종아동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건수 교수님과의 마지막 인터뷰 특집을 담고자 합니다.
실종수사의 권위자로서 많은 실종 사례를 다루어 오신 교수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의 상봉사례를 묻는 질문은 조금은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던 가족의 만남은 그 가치를 감히 매길 수 없으며 모두 소중한 순간들이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도 너무나 많은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중 교수님께서 저희에게 들려주신 하나의 상봉 사례를 여러분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Q. 실종수사에 권위자로서 많은 실종 사례를 다루어 오셨을 텐데,
회고하셨을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상봉사례가 있으신가요?
A.
기억에 남는 사례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182센터에 찾아오셨던 말기암 여성 환자분의 사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를 보고 20여분동안 계속 우셨습니다. 5살 즈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빠와 둘이 남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오빠가 자기를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 맡겼는데, 해가 질때 쯤이면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아이스께끼 통을 들고 와 남은 아이스크림을 주곤 했다고 하셨습니다. 1년 정도 있다가 다른 고아원으로 시설을 옮기게 되었는데 이때 오빠랑도 헤어지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오빠 이름과 연령을 바탕으로, 전국의 이 여성분과 6살 차이가 나는 동명인을 모두 조회해보니 5천 500명 정도 나왔습니다. 그때 sbs모닝 와이드에서 이 사연을 다뤘었습니다. 5천 500명 중에서 3천명 정도로 압축을 해 나가다가 다행히 방송 전, 짐작이 가는 분을 찾았습니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일하다보니까 전문가의 눈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pd님께 부탁을 드려서 이 분이 직접 포천으로 가셨는데 여성 분의 오빠가 맞았습니다. 유전자 검사도 모두 일치했습니다. 오빠 분은 수제화 신발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따로 사업을 했었고, 그 당시엔 망한 상태였습니다.
두 분을 만나게 했을 때, 동생 분은 “오빠 때문에 살아야겠다.”라고 하시고 오빠 분은 “동생을 위해 다시 일어나서 사업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동생 분은 6개월 시한부셨는데 3년동안 오빠와 잘 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실종자를 찾는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단계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실종자를 찾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실종사건의 접수, 그리고 수사 과정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실종수사의 과정은 112로의 실종 신고 접수로 시작됩니다. 이후,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실종자 신원정보를 입력하여 전국 각지로 전달합니다. 신원정보와 함께 실종 위치를 기반으로 현장 조사와 탐문수사를 수행하면서 실종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봅니다. 이때, 실종 현장을 직접 가보는 것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목격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중요한 과정으로 작용합니다.
목격자는 실종사건의 소중한 증인의 역할을 하기에 그들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노력들이 모여 신속한 수사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실종자를 찾는 데 중요한 발판으로 작용합니다.
실종수사의 절차에 대한 궁금증은 앞으로의 수사과정 개선에 관한 논의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며
현재 실종수사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제도는 무엇인지,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았습니다.
Q. 실종수사할 때 걸림돌이 되었던 제도가 있나요?
A.
아무래도 실종아동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실종 관련 법으로는 18세 미만 지적장애, 치매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성인들은 법이 따로 없습니다. 이 말은 실종이 되어도 경찰에게는 찾지 못했을 때 직무유기로 처벌을 받는 강제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현재의 실종아동법이 나이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실종법의 중심은 보건복지부가 아닌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부는 예산을 받아 실종아동의 복지, 인권을 지원하면 됩니다. 현재 복지부에서는 예산을 받아 민간단체, 과거엔 초록우산 지금은 아동권리보장원이 된 곳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종사건이라는 것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엇보다 사람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고, 보호하는게 중요한데 이 점과 관련해서는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이 유전자 채취를 하게 되면 신속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빠른 수사 과정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 절차상으로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 먼저 보낸 후,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코드화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결과는 다시 아동권리보장원으로 넘어오고 그 이후에 경찰에 통보되는 겁니다. 경찰이 아동권리보장원에 유전자 시료를 우편으로 넘기는 기간, 또 다시 아동권리보장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코드화한 시료를 전달하는 기간, 결과가 아동권리보장원을 거쳐 다시 통보되는 기간 모두를 합하다보니 너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는 실종법을 따로 만들어서 대상의 나이 제한을 없애고 유전자 검사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경찰에게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에 비해 검찰도 너무 권한이 큽니다. 검사는 기소, 판사는 재판, 경찰은 수사를 주 업무로 해서 서로 견제하고 견제를 받아야 합니다. 복지부도 마찬가지로 상호간의 견제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경찰이 실종신고된 성인을 즉시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실종성인의 소재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실종성인법)이 국회에서 최근 발의됐습니다.
성인 실종 신고의 수가 아동 실종신고의 수보다 약 3배가량 높은 상황이지만 현행법상 아동과 달리 성인은 실종신고를 하더라도 가출인으로 분류돼 경찰이 위치추적 등에 곧장 나서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으로는 실종된 성인을 찾기 위한 수사에 뒷받침이 되어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동만이 아닌 성인 또한 실종수사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교수님께서는 이 점을 단호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215125400004?input=1195m
더불어 현재 실종 아동이나 반대로 자녀가 헤어진 부모 등 장기실종자를 찾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일선 경찰서를 방문해 구강세포를 채취할 수 있습니다. 채취된 DNA 시료는 보건복지부에서 사업을 위탁받은 실종아동전문기관과 중앙치매센터로 보내집니다. 이후 시료를 코드화 한 뒤 국과수로 전달해 실종자와 실종자 가족 유전자를 대조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실종자 수색 범위를 좁혀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위탁한 실종아동전문기관과 중앙치매센터를 거쳐 다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가는 과정은 20일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 등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러다보니 시료의 부패가 진행되어 불확실한 결과가 나오거나 검사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https://www.news1.kr/articles/?3326607
실종아동법의 또 하나의 사각지대 ‘공소시효’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실종 사건 자체의 공소시효는 존재하지 않지만 수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 바로 ‘공소시효의 기산점’입니다. 기산점에 따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 실종아동 수사의 과정에서 또 하나의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공소시효에 대한 다음의 파동 음파음파 글을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wave1540.tistory.com/23
더 신속하게, 정확하게,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많은 가족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하며,
교수님께서는 또 하나의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시는 듯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전문가가 없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구요.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등 모호한 답변만을 늘어놓는 건 전문가라고 볼 수 없습니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자부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해요. 여러분들도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열심히 공부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어
우리 사회의 어둠을 내몰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이건수 교수님과의 인터뷰 특집을 마치고자 합니다.
가정의 달, 그리고 5월 25일 실종아동의 날을 맞이하여
더 많은 가족의 행복이 실현되기를 기도하며.
파동 올림
'ISS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파음파] 대한민국에서 성인이 실종된다는 것의 의미 (0) | 2022.07.18 |
---|---|
5월 25일, 따뜻함이 필요한 실종아동의 날 (0) | 2022.05.19 |
이건수 교수님을 만나다 (2) 입양아동=실종아동? (0) | 2022.05.09 |
5600건 상봉의 기적, 실종 수사 전문가 이건수 교수님을 만나다 (1) (0) | 2022.05.01 |
[음파음파] 실종아동을 위한 특별한 기술 (0) | 2022.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