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실종 사건으로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경험한 실종자 가족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단법인 실종아동찾기협회에서 실종아동 가족들은 실종아동등의 발생을 예방하고 조속한 발견과 복귀, 그리고 복귀 이후의 사회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총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실종아동법)’을 2005년 제정했습니다. 이후 제정된 법률의 사각지대를 찾아내어 여러 차례 개정을 이루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7년에 실종된 만 18세 대학생이 18개월 만에 변사체로 발견되었으나, 관련 데이터 베이스가 부족하여 유족을 찾지 못했고 한참 뒤 우연히 가족들에게로 인계된 사건이 발생하여, 실종아동법 적용 대상이 만 14세에서 만 18세까지로 확대하도록 법률 개정에 힘썼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실종아동법의 사각지대는 존재합니다.
바로 공소시효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올해 8월 초, 장기 실종 사건인 ‘마포구 실종 사건’의 살인범이 24년만에 잡혔습니다. 해당 사건은 24년 전 발생한 실종 사건으로, 당시 피해자의 연인이었던 A(46)씨는 피해자를 폭행하고 살해했으며 A씨의 후배 2명은 시신 암매장을 도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제 사건에 대해 끈질긴 수사와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찾고 피해자의 시신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법으로는 A씨와 일행을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해당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종 사건과 공소시효, 둘의 관계는 매우 복잡합니다.
법적으로는 실종 사건 자체의 공소시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를 찾을 때까지 수사는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공소시효의 기산점입니다.
기산점이란 기간의 계산이 시작되는 시점을 의미하는데,
실종 사건이 범죄 사건이 되면 상해를 입었거나 살해를 당한 시점이 기산점이 됩니다.
즉, 이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발생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2009년 당시 만 15세의 파동이가 실종되었는데,
12년이 지난 2021년에 파동이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수사를 통해 2009년 당시 파동이는 유괴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현재의 법을 기반으로 파동이를 유괴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해자의 죄목은 미성년자의 약취, 유인죄에 해당하는데, 해당 죄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2009년에 유괴 당했으니, 2009년이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 기산점이 되어
2019년에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만료가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개구리 소년 사건’도 같은 이유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습니다.
1991년 실종된 아동들이 약 12년 뒤인 2002년에 발견되었지만,
실종 당일 살해된 것으로 판단되어 2006년에 시효가 만료되었습니다.
아동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던 시간 동안 실종 사건의 공소시효 시계는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종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의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실종 사건에 공소시효가 미치는 영향은 너무 거대합니다. 실종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 동안 실종 아동과 실종 아동의 가족들의 삶은 범죄 피해 상태의 연속 선상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상해나 살해를 입은 시점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실종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게으른 법의 부끄러운 단면입니다. 이는 실종 아동을 발견한 후에 후속 조치들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만들며, 실종 사건의 활발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소시효는 제한된 수사 인력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소시효의 의의가 ‘공소시효가 없는 실종 사건’이라는 말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실종 아동과 실종 아동 가족들에게 또 한 번의 절망을 선사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게으른 법이 또 다른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사건으로 이어지기 전, 실종 사건 공소시효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범죄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범죄의 예방과 축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도록,
실종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공소시효를 지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참고 기사 및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https://www.nocutnews.co.kr/news/5603937
24년 전 실종 사건…공소시효 지나 잡힌 살인 진범
공소시효가 지난 장기 실종 사건인 '마포구 실종 사건'의 살인범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24년 만에 잡혔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강수대)는 24년 전 실종된 당시 28살 피해자를 살해한
www.nocutnews.co.kr
https://www.abckr.net/news/articleView.html?idxno=47552
실종자 가족에게 공소시효는 없다 - 뉴스엔뷰
[제231호 뉴스엔뷰] “전국을 돌아다녔다. 아이가 있을 법한 곳부터 상상도 못 했던 장소를 찾아다녔다. 파출소나 경찰서에 없어서 혹시 시설로 보내졌을까 싶어서 전국의 시설도 다 갔다. 또한
www.abckr.net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150422001103516
‘공소시효’ 아동 실종사건의 공소시효 적용시점, 이대로 괜찮을까?
미제사건 시사프로그램 KBS 2TV ‘공소시효‘가 강력 미제사건을 재조명, 공소시효 개정안 촉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2일&nb..
www.asiatoday.co.kr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23/2015042300988.html
'공소시효' 2편, 아동 실종사건 공소시효 적용시점 문제점 지적 '시청자도 분노'
공소시효 2편, 아동 실종사건 공소시효 적용시점 문제점 지적 시청자도 분노
www.chosun.com
https://www.yna.co.kr/view/AKR20170729057100004
"범인 잡을 때까지"…'태완이법' 2년 장기미제 살인 4건 해결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일명 '태완이법')이 시행된 지 이달 31일로 2년을 맞는다.
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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