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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음파음파] 사라진 아이들, 그 자리 남겨진 가족들

 

음파음파는 '음미하는 파동'이라는 뜻으로, 우리 사회에 비가시화된 아동의 이야기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해보는 파동만의 논설입니다

 

 

 

 

“유리야, 우리 빨리 만나서 우리 가족 화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KBS Joy 21.06.07 방영, ‘무엇이든 물어보살’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6월 방영된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30년 전 딸 ‘정유리’씨를 잃어버린 한 부모님의 사연이 소개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는 예능이었지만, 이들 가족의 사연이 소개된 뒤, 우리는 무겁고 가라앉은 마음으로 방송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1년 경기도 안산에서 13살 딸 '정유리' 씨가 실종되어 방송에 출연하게 된 두 분의 모습은 실종아동의 가족으로 살아오신 그동안의 녹록치 않은 삶을 대변하는 듯 했습니다. 이미 30년이나 지났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은 여전히 아물지 못한 채 상처로 남아있었고 간절한 마음으로 딸을 찾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실종된 아이들을 애타게 찾는 전단지를 보여주며 끝이 났습니다.

 

 

[2021.04.03 기준, 보건복지부]

 

 최근 5년 간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접수되는 실종아동 신고 수는 약 2만 건에 이릅니다. 대부분의 아동은 무사히 빠른 시일 내에 발견되어 집으로 돌아가지만, 아직도 오랜 시간 동안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840명의 장기 실종 아동들이 있습니다.

 

 

[2020.7.14 방영, KTV 테마다큐 "인터뷰도 괴롭습니다." 실종 아동 아버지의 고통(‘아버지: 그 후로 시간은 멈췄다’ 中). 유튜브 화면 캡쳐]

 

 그렇다면, 아이들을 잃어버린 가족들의 삶은 어떠할까요. 실종아동의 가족들은, 찾지 못한 아이들을 다시 만나길 평생 기다리며 여전히 실종된 그 날에 머무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애지중지 키웠던 자녀의 실종은 가족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16년 전 실종된 한 아동의 아버지의 인터뷰에서는 실종 아동 가족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딸에 대한 제보가 들어올 때마다 딸을 찾아나서는 탓에 직장에서 짤리기 일쑤였고, 이후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 못하게 된 적도 있었습니다. 남겨진 형제자매들은 점점 소외되어 부모님 못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오래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서는 당시를 떠올리며 흔적을 찾는 고문과도 같은 일을 반복해야만했습니다. 딸을 찾아다닌 지난 16년는 고통의 연속이었으며, 아버지의 삶은 아이가 실종된 이후 흐르지 않은 채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처럼 한 아동의 실종은, 한 가정을 무너져내리게 만듭니다.

부모님은 자식이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끝없는 기다림 속에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실종의 아픔은 더욱 커져만 가고, 다른 형제자매가 있다면, 남은 아이들 또한 부모님의 온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정신적인 고통을 함께 겪는다는 데서 또 다른 아동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2019.12.13, 머니투데이 ‘남기자의 체헐리즘, 실종아동 찾기’, 유튜브 화면 캡쳐]

 

 아동을 비롯한 장기 실종 사건은, 목격자나 아주 작은 단서에도 희망을 걸 수밖에 없기에, 실종 가족들은 실종아동을 홍보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실종아동의 부모님과 함께 지하철에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길을 동행해 본 다큐에서는, 가족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우선 실종아동을 찾는 전단지는 지하철 내에서는 불법 전단지로 여겨집니다. 때문에 단속반의 눈길을 피해 나누어주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전단지를 전달하더라도 그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들은 드물었습니다. 이는 장기실종아동 사건은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 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롯이 가족들이 견뎌내야 하는 상처와 아픔이기에 가족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은 절실해 보였습니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와 지원에 관한 법률」 (이하 ‘실종아동법’) 8조에는 실종아동이 발생했을 때의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지원 뿐 아니라 실종아동 등의 가족지원에 대한지원 근거 또한 규정되어 있습니다. 실종아동전문센터를 두고 있는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지난 해 '실종아동 가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사례지원, 실종가족상봉지원, 실종가족 회의 및 간담회 사회, 경제적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실종가족 건강지키미키트 산업, 심리상담기관 네트워크 구축 및 연계 심리를 통해 실종아동 가족의 건강과 마음을 돌봐줄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2021.04 실종아동전문센터에서 실종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지난 해 실종아동 가족 151명을 대상으로 향후 실종가족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실종아동 가족의 61.6%가 실종아동전문 기관의 실종가족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처럼 실종아동가족에게는 실종아동을 찾는 일과 함께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장기실종아동의 가족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실종아동가족을 위한 사회경제적 지원으로 43건의 활동비와 90건의 의료비를 지급하여 가족 구성원이 실종되었을 때 실종가족 찾기 활동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되어야 하며,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이루어져 빠른 시간 내에 아동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장기 실종아동을 찾는 일은 오랜 시간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무던히 노력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가족들은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종아동가족에게 심리적 지원이 매우 중요한 만큼 실종가족이 아이들과 무사히 재회하기 위해서는, 실종아동의 가족을 위한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시스템과 동반하여 심리적 지원과 제도적인 도움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아이의 실종은 온 사회가 함께 노력해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실종아동의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아이들을 함께 찾아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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