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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음파] 유전자 검사, 실종가족을 찾아줘


안녕하세요, 파동입니다 🌊🌊

음파음파를 눈여겨 보시는 분들은 아셨겠지만,
최근 유전자 수사를 통해 장기실종아동이 가족과 재회하는 사례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수사를 통한 실종가족 상봉, 어떤 제도와 기관이 관여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유전자검사로 가족을 어떻게 찾나요? : 유전자 분석 정책과 한계


먼저 유전자 수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분석 정책을 알아야 합니다.
유전자 분석 정책이란, “보호시설에 있는 무연고 아동 등”
“실종 아동 등을 찾고자 하는 가족”의 유전자를 상호 대조하여 실종자를 찾아주는 정책입니다.

보호시설의 입소자 중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은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실종아동등을 찾고자 하는 가족,
보호시설의 입소자였던 무연고 아동 등이 이러한 유전자 분석을 위한 채취 대상자가 됩니다.
무연고 아동의 경우 필수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가족의 경우 유전자를 채취하고자 하는 경우, 가까운 경찰서에 방문하여 구강세포를 채취하게 되고
채취한 시료는 보건복지부 산하 실종아동전문기관 또는 중앙치매센터로 송부되어
신상정보와 분리되어 시료만 코드화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지게 됩니다.


하. 지. 만

이러한 경우, 국내의 보호시설 무연고 아동과 실종가족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해외로 입양을 간 장기실종아동을 찾기 위해 활용되기 어렵습니다.
이에, 이러한 정책적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비영리단체와 사단법인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유전자 수사를 통한 실종가족 상봉 사례와, 이러한 상봉 과정에서 핵심이 되어 준 단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태순님과 신경하님의 이야기

실종 당시 신경하님의 사진과 당시 졸라서 산 꽃신


1975년 5월 9일, 한태순님은 딸 신경하님을 잃어버렸습니다.
당시 한태순님은 18살의 어린 엄마였고 딸 신경하님은 6살이었지만
44년만에 딸을 찾은 2019년, 어느 새 딸은 당시의 어머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49살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사라지던 날, 종종 가던 근처 할머니댁에 경하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하님을 목격한 주민들도 경하님이 할머니댁에 간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어도 경하님은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는 그렇게 다시 경하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경하님의 기억에는 기차역이 남아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열차에 올랐고, 문이 닫히며 어머니와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기차에 탄 경하님은 충북 제천에 도착했고, '
그곳의 보육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경하님은 지금의 양부모님을 만났고, 간호사로 일하며 가정을 꾸려 지내고 있었습니다.

다 해진 신경하님의 사진


딸을 잃어버린 직후, 3-4년 간 미친 듯이 딸을 찾아다니던 한태순님은
신경하님의 두 동생의 힘들어하는 모습에 다시 생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325KAMRA에 DNA를 등록해두면 다른 DNA와 대조하여 딸을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길로 325KAMRA에 어머니의 DNA를 등록하였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어느 날, 딸을 찾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믿을 수 없는 소식에 사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딸을 찾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딸 신경하님 역시 재회 10여년 전부터 한국의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DNA를 유전자 검사 단체에 등록했습니다.
그러던 중 신경하님의 딸, 즉 한태순님의 손녀의 권유로
어머니의 DNA가 등록된 325KAMRA와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로 정보를 이관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이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44년 만에 만난 한태순님과 신경하님

어머니를 찾은 후, 두 사람은 번역 어플을 통해 매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경하님은 한국어를 모두 잊었지만 이는 44년의 세월을 만나지 못한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경하님이 한국에 방문하며 가족은 44년 만에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325KAMRA는 어떤 곳인가요?

이러한 상봉을 도운 325KAMRA는 2015년, 한국계 혼혈 입양인들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단체입니다.
DNA 검사를 통해 유전자 일치도를 확인함으로써
한국의 해외입양인들이 친가족을 찾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립 당시 해외 입양인들 사이에서 325KAMRA가 잘 알려진 반면,
한국의 친가족들은 이러한 단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아무리 실종아동의 DNA가 등록되어 있어도
그 친가족의 DNA가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두 유전자 정보를 매치할 수 없습니다.

이에 325KAMRA는 2017년,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한국인의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단체 설립 후 현재까지 100명 이상의 입양인이 친가족과 재회하였고,
혈육관계를 확인한 입양인은 200명이 넘습니다.
325KAMRA가 구축한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전 세계 한인 입양인의 유전자 정보가 5천 건 이상 등록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장기실종 또는 입양아동을 찾기 위해 등록한 사람의 수가 400건 이상입니다.

DNA 검사는 가족을 다시 이어주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대개 해외입양 시 서류에 기입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조작되어 친가족을 찾는데 어려움이 생기는데,
이럴 경우 DNA 검사가 유일한 희망입니다.



325KAMRA의 DNA 검사는 의료용 면봉을 통해 구강상피세포에 묻은 DNA를 채취한 후
이를 미국의 DNA 검사기관 FTDNA(Family Tree DNA)에 보내 분석을 의뢰하면서 이루어집니다.
FTDNA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모든 유전자를 비교·분석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대부분 X염색체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DNA 분석이 끝나면 유전적으로 가까운 정도가 수치로 환산됩니다.
이 수치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관계일수록 높아지고, 먼 관계일수록 줄거나 나타나지 않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유전적으로 가까운 대상이 확인되면 입양아동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합니다.

DNA 검사는 부모와 자녀 등 직계가족뿐 아니라 친척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DNA 일치도에 따라 이모나 사촌, 증손자 등의 친척 관계까지 확인할 수 있고,
그렇다면 그들을 통해 친가족까지도 연결이 될 수 있습니다.


경찰청과의 협업


한태순님과 신경하님의 사례가 계기가 돼 경찰청은 325캄라를 통해
국내 장기실종자 가족의 DNA를 미국의 입양인들과 대조할 수 있도록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사단법인 뿌리의 집이 이러한 역할을 대신해오고 있었지만
이러한 상봉이 실제화되면서 경찰청도 나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재는 경찰청이 DNA 채취 홍보와 안내 역할을 맡아 대상자를 모집하면
325캄라가 DNA를 채취하고 미국의 DNA 검사기관인 FTNDA(Family Tree DNA)에 검사를 의뢰해
결과를 가족들에게 회신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325KAMRA 한국지부가 철수한 상황이며,
다시 뿌리의 집을 통해 검사를 대신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장기실종 아동을 둔 대부분의 부모들이 DNA 정보를 등록해 뒀기 때문에
실종 당사자가 DNA 정보를 등록하면 곧바로 가족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연고 아동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실종자들은 왜곡된 기억과 잘못된 서류, 아픈 상처 등으로 인해
자신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부모를 찾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용기를 내주길 실종자 가족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DNA 채취는 가까운 경찰서에서 가능합니다.







참고기사:
DNA가 찾아준 모녀…44년 동안의 뒷 이야기 (kbs.co.kr)
"경찰은 못 찾은 아이"…44년 만에 만난 가족 | 연합뉴스 (yna.co.kr)
325Kamra(@official325kamra)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수십년 찾아헤맨 장기실종아동 가족들, DNA 고리로 만난다 - 국민일보 (kmib.co.kr)